파이프갤러리는 12월 12일부터 1월 3일까지《2025 Tic Tac Toe: Elsewhere》를 개최한다. ‘Tic Tac Toe’는 신인작가들을 소개하는 파이프갤러리의 장기 프로그램으로, 동시대의 신인 작가들과 함께 시각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해왔다. ‘Tic Tac Toe’는 플레이어가 최선의 수를 두면 반드시 무승부에 이르는 단순한 추상 전략 게임으로 복잡한 전략 없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을 확장하여《Tic Tac Toe》전시는 경쟁의 질서를 잠시 내려놓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감각과 관점을 지닌 신인 작가들의 세계가 나란히 펼쳐지는 순간을 조명한다. 함께 머무는 무승부의 공간처럼, 작품들은 동등한 울림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목소리를 드러낸다.
《2025 Tic Tac Toe: Elsewhere》 포스터

《2025 Tic Tac Toe: Elsewhere》전시전경 © 작가, 파이프갤러리
이번《2025 Tic Tac Toe: Elsewhere》전시는 ‘Elsewhere’라는 부제를 바탕으로 Sean Crowley, 이선안, 황유윤의 작업을 소개하며, 익숙한 공간이 감정과 기억, 지각에 따라 변모하는 방식과 그 변화의 틈에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순간을 탐구한다. 또한 우리가 고정적으로 인식해온 장소의 감각, 즉 사물이 놓인 자리와 풍경의 거리, 관계의 위치를 다시 묻고, 그 경계가 열리는 지점을 섬세하게 바라보게 한다.
Sean Crowley의 작업은 상상, 놀이, 건축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익숙하면서도 초월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회화적 환경으로 구성된다. 그는 감정적 경험이 지리적 좌표보다 장소성을 더 강하게 규정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희적이면서도 사유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사물과 풍경이 어떻게 감각 속에서 다가오고 형태를 이루며 서로 관계를 맺는지를 탐구한다. 건축과 전통적 드로잉에 기반한 그의 작업은 작업 전반에 구조적 토대가 되며,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을 한다. 그의 회화는 주변 세계를 성찰하는 장(場)이자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공간이 된다. 그의 Elsewhere는 현실의 장소를 재현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색채의 흐름과 신체적 제스처가 축적되며 생성되는 감각적 장(場)에 가깝다. 그 안에서 관객은 고정된 지형이 아닌, 감정과 지각의 미세한 변위 속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또 다른 장소의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선안의 회화는 ‘본다’는 행위가 결코 고정된 확실성에 머물지 않으며, 우리의 인식이 언제든 미세하게 흔들리고 방향을 달리할 수 있음을 사유하게 한다. 반사된 이미지, 흐려진 외곽, 지우고 덮는 반복적 행위는 장면과 시선 사이에 얇은 틈을 형성하며, 익숙한 풍경을 다시금 낯설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작가의 화면에는 사건의 서사보다 관계를 이루는 감정의 기류와 언어로 포착하기 어려운 온도의 흔적이 더욱 짙게 남는다. 관람자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정서의 잔상에 서서히 다가가게 된다. 이선안이 여는 Elsewhere는 먼 곳이 아니라, 보기와 이해 사이, 관계와 거리 사이의 아주 얇은 틈에서 드러나는 장소이다. 그곳에서 관람자는 선명한 형상보다 남겨진 감각의 여백을 마주하고, 스스로의 기억과 감정이 스며드는 또 다른 ‘어디’를 발견하게 된다.
황유윤의 회화는 사물의 ‘지속’을 향한 욕망에서 출발한다. 그는 사물을 완전히 소유하거나 고정된 형태로 재현하기보다, 시간과 기억의 흐름 속에서 유동적으로 다시 떠오르는 잠정적 형상으로 다룬다. 골동품의 외형을 눈으로 기억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변형해 캔버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찻잔, 촛대, 오브제 등 다양한 사물들은 흐려진 외곽과 중첩된 층위 속에서 특정한 시공간에 고정되지 않은 채 재구성된다. 황유윤이 포착하고자 하는 사물의 본질은 단번에 파악되는 고정적 실체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계속해서 다른 가능성으로 열리는 형상 그 자체이며, 이러한 사유는 화면을 순간적으로 생성되는 감각적 장소, 즉 Elsewhere로 전환한다. 그곳에서 사물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잠시 머무르는 비 장소적 존재로 제시되며, 시간과 감각의 변화를 견디며 끝없이 재구성되는 흐름을 드러낸다.
Sean Crowley는 호주 시드니 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시드니 국립미술대학에서 회화과를 졸업했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2025 《Vicarious Ground》(Chauffeur, Sydney), 2024 《Next to, Below》(Egg and Dart Gallery, Wollongong) 2023 《Brick, Table》(Robin Gibson Gallery, Sydney) 등이 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2025 《Group Show》(Sophie Gannon, Melbourne), 2024 《Sydney Contemporary》(Carriage works, Sydney), 2023 《Horray for Hollywood》(Hotel Hollywood, Sydney) 등이 있다.
이선안은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화화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2025 《창백한 안개를 걷어내는 방법》(큐 아카이브, 서울) 이 있으며, 단체전으로는 2025 《흐린 장막에서 꾸는 꿈》(예술공간 의식주, 서울), 2023 《평평한 대화》(예술공간 서:로, 서울) 가 있다.
황유윤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2025 《Wandering Stuff…》(큐 아카이브, 서울), 2024 《Room Number.000》(그블루 갤러리, 서울) 이 있으며, 주요 단체전으로는 2025 《MICRO HISTORY》(스페이스 소, 서울), 2025 《ODEGO》(APO project, 서울), 2025 《패치워크 윔-왐》(중간지점, 서울) 등이 있다. 작품은 이대서울병원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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