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주, 이여운 2인전 《아직 도착하지 않은 너를 위해》
갤러리 그라프, 2025. 5. 14. (수) – 2025. 6. 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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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그라프는 2025년 5월 14일부터 6월 28일까지 고은주와 이여운 두작가가 참여하는 2인전《아직 도착하지 않은 너를 위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언어로 표현되기 전의 감정, 즉,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의 잔재를 따라가는 예술의 과정을 다룬다. 감정은 종종 말보다 먼저 도착하며, 우리는 어떤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어도 그것이 지나간 자리를 기억한다. 이 전시는 바로 그런 감정의 흔적, 감응의 파동이 어떻게 이미지로 형상화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탐구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선과 색, 상징과 구조는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감각의 언어로 작동한다. 익숙한 감정의 틀에서 벗어나 감정이 이미지로 전이되고, 내면의 감응이 시각적인 구조물 로 자리잡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감정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을 마주하게 된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통해 이 감응의 지점을 붙잡고, 각자의 화면 안에서 마음의 구조를 짓는다.
이여운, Bella forma 04-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 Korean ink on Canvas, 60x60cm, 2022 © 작가, 갤러리 그라프
이여운 작가는 도시와 종교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녀는 수묵이라는 전통 매체를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가 중첩된 도시 풍경과 건축의 외형을 그려낸다. 화면에 등장하는 건축물은 특정 지역이나 시대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도시라는 물리적 외피 안에 스며든 감정의 잔재, 정서가 응축된 기억의 구조물이다. 그녀의 선은 공간을 나누는 경계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따라 흔적을 남기며 감응을 포착한다. 정면성과 반복적인 구성 속에 담긴 도시의 질서 위에는, 그와 동시에 작가의 시선이 포착한 삶의 결, 감의 층위가 겹겹이 놓여 있다. 도시의 풍경을 통해 이여운 작가는 오히려 내면을 바라본다. 외부를 그리면서도, 결국에는 내면 깊은 곳의 진동을 드러내는 그녀의 작업은 감응과 시간, 기억이 교차하는 풍경의 단면이다.
이여운 작가는 2007년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2018년에는 베니스에서 열린 '살롱 앙코르(Salon Encore)'에 초청 작가로 선정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한국을 중심으로 미국, 영국 등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도시와 건축, 시간의 감정을 다 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은주 ,애정부귀부, 비단에 석채, 24K금박, 119x89cm, 2022 © 작가, 갤러리 그라프
고은주 작가는 현대인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주요한 주제로 삼는다. 그녀는 전통 민속에서 유래한 기복 상징들—부적, 종이꽃, 오방색, 문양, 물방울 등—을 회화와 설치 작업으로 재해석한다. 이러한 도상들은 과거의 민속적 요소로만 보이지 않는다. 고은주의 작 업에서 그것들은 반복되는 손의 행위를 통해 감정이 응결된 기호로 변모하며, 불안과 위안, 소망과 결핍이 교차하는 감응의 구조로 재탄생한다.
작가는 좌우대칭의 엄격한 구도, 문양의 반복, 색채의 상징성을 통해 감정을 조율하고 구조화 한다. 전통 부적의 형식 안에 현대인의 감정을 새롭게 배치하며, 부적은 단순한 미신의 유물 이 아닌, 현대적 감응이 잠재된 상징적 장소로 기능한다. 그녀의 화면은 감정이 조용히 정착 하는 자리이며, 감응의 에너지가 억눌림이나 표출 없이 하나의 구조로 응축된 결과물이다. 고은주 작가는 2025년 호반문화재단 주최 H-EAA: HOBAN-Emerging Artist Awards 전국 청년작가 공모전에서 최종 7인에 선정되었으며, 2024년 서울시청 주관의 ‘서울로 미디어캔버 스’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또한 2023년 경기문화재단의 ‘아트경기’ 사업에도 선정되어, 전통 성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독창적인 감정 조형 언어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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